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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기: 게으른 구름

by 현청 김

<김순기: 게으른 구름>은 196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김순기의 예술세계를 조망한다. ‘게으른 구름’은 작가가 쓴 시의 제목이자, 프랑스에서 출간한 시집의 제목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게으름’은 불성실과 나태의 상징으로 비판받지만, 김순기는 게으름의 창조적이고 철학적인 가능성에 주목한다. 무의미한 분주함, 삶의 본질을 잊게 하는 분주함 대신 김순기가 추구해온 게으른 삶은 유희의 즐거움과 놀라운 발견의 순간으로 채워져 있다. 자유롭게 변화하며 하늘에 스스로 길을 내며 흘러가는 구름처럼, 김순기는 틀에 갇히지 않은 삶을 살고, 인적이 드문 곳에 길을 내듯 시대에 앞서 새로운 예술의 길을 개척한 예술가이다.

김순기는 1946년 부여에서 태어나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했다. 대학 시절부터 회화의 해체에 관심을 두던 중, 1971년 니스에 위치한 국제예술교류센터(Centre Artistique de Rencontre International) 의 초청작가로 선발되어 프랑스로 건너갔다. 1974년 마르세유 고등미술학교에 임용된 후 프랑스에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펼쳐 왔다. 1968혁명 이후의 자유롭고 지적인 토론이 활성화되었던 남프랑스에서 쉬포르 쉬르파스(Supports/Surfaces) 그룹 등 실험적 예술가 그룹과 교류하면서 활동했다. 특히 <조형상황>(1971~75) 연작 등 공공장소에서의 대규모 퍼포먼스와 비디오 등 일찍부터 철학, 예술, 테크놀로지가 어우러진 작품을 발표해왔다. 국내에는 1975년 서울 미국문화원에서 열린 <김순기 미술제>,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공간 발간 100호 기념 페스티벌을 통해 실험적인 퍼포먼스와 개념미술을 소개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1982년 전 세계를 배낭여행하면서 동양과 서양의 문화예술을 탐구했는데, 특히 뉴욕에서는 체류하면서 백남준, 고 나카지마, 이라 슈나이더, 프랑크 질레트 등 비디오 아티스트들과 교류했다. 비디오와 멀티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심화시켜, 백남준, 존 케이지 등이 참여한 <비디오와 멀티미디어-김순기와 그의 초청자들>(1986)을 기획했고, <타타타>, <Vide&O> 등 오브제와 비디오가 결합된 멀티미디어 작품을 발표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글로벌 자본의 확산과 인터넷을 통한 사회적 구조 변화를 <O-time>, <Voix Voix Lactee> 등의 작품을 통해 다뤘다. 무엇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계기로 자본의 가치가 모든 가치에 우선시되는 문명에 대한 비판적 관점에서 <주식거래> 등을 제작했으며, 자크 데리다, 장 뤽 낭시 등 세계적인 미학자들과 신자유주의 시대 예술의 가치와 역할을 묻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전시는 과학기술과 예술의 연계를 비롯한 다양한 학제간, 장르간 융합을 소개해온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온 김순기의 선구적 예술 활동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회화의 해체, 공공장소에서의 관객 참여 프로젝트, 비디오와 멀티미디어에의 도전, 동서양 문화와 철학의 비교 등 김순기의 예술적 여정은 동시대미술의 실험들을 언제나 한 발 앞서 있다.


1986년부터 파리 교외 비엘메종에서 외딴 농가를 직접 수리한 작업실에서 은거하는 작가는 ‘사막에 혼자 사는 이방인’처럼 척박한 환경 속에서 홀로 살아왔다. 동양 고대의 문인들처럼 그의 삶은 자연의 변화와 리듬을 호흡하며, 예술로 일상을 오롯이 채워왔다. 김순기의 예술을 통해서 예술의 영역 역시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요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일상이자 실천으로서의 예술을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기간2019.08.31 – 2020.01.27
장소서울 6, 7전시실 및 전시마당
작가김순기
작품수작품 200여 점, 자료 100여 점
관람료서울관 관람권 4,000원
주최 / 후원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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